광고가 끝났는데 매출이 올라왔다
목요일 오전, 광고관리자 대시보드를 정리하다가 이상한 숫자를 발견했다.

ROAS 20.98.
캠페인 기간은 7월 7일~7월 26일이었다. 그날 오전 캠페인이 종료됐다. 그런데 종료 이후 3일간의 데이터가 이 수치를 만들고 있었다.
- 광고비: ₩38,606
- 구매 전환값: ₩810,000
더 이상한 건 가격이었다. 7월 26일에 프로모션 가격 ₩69,000도 함께 종료되고, 판매가를 ₩89,000으로 올렸다. 그런데 광고 종료 이후 3일 동안, ₩69,000이라는 광고를 클릭했던 유저들의 구매가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광고가 끝났는데, 종료된 광고로 인해 매출이 발생한다?
페이스북 기여기간이란
이건 '페이스북 기여기간' 때문이다.
페이스북 광고에서 전환으로 집계하는 기준은 '광고 클릭 후 n일간'이다. 예를 들어 기여기간을 7일로 설정하면, 유저 A가 7월 20일에 광고를 클릭하고 7월 26일에 네이버 검색을 통해 자사몰에서 구매해도, 페이스북은 해당 광고의 전환으로 집계한다. 이걸 Click-Through Attribution이라고 한다.
즉, 광고가 종료된 이후에도 광고를 클릭했던 유저들의 구매가 7일간 계속 집계될 수 있다.

GA 세그먼트로도 이를 확인했다. [₩69,000 광고소재 + 네이버 브랜드 검색을 통한 전환] 조건으로 보니, ₩69,000 광고를 클릭했던 유저들이 프로모션 종료 이후 ₩89,000과 ₩109,000 제품을 9번이나 구매한 게 보였다.
가격이 올랐는데 더 비싼 제품을 샀다. 여기서 질문이 생겼다.
왜 더 비싼 제품을 샀는가
₩69,000 광고를 보고 사이트에 들어왔는데 그 가격이 없는 상황. 이 유저들이 어떻게 행동했을지 가설을 세워봤다.
1) 이탈자: "69,000원이었는데 없네?" 바로 이탈.
2) ₩89,000 구매자 (전체 75%): "69,000원은 다 팔렸나 보다. 89,000원이 지금 가장 저렴한 거구나. 109,000원보다는 합리적이지." 구매.
3) ₩109,000 구매자 (전체 25%): "어차피 69,000원은 없고, 세 가지 중에서 제일 좋은 게 109,000원이겠지." 구매.
소비자는 선택지를 고르는 게 아니다.
비교 구도 안에서 '가장 납득 가능한 것'을 고른다.
세 가지 박스 전략
세계적인 브랜드 전문가 빌 비숍의 저서 <핑크펭귄>에 나오는 사례다.
어느 날 빌은 보체공을 사러 갔다. 대략 $30 정도 하겠거니 했다. 그런데 매장에는 세 종류가 있었다. $30짜리 아동용, $60짜리 성인용, $120짜리 토너먼트 세트. 그는 $60짜리를 샀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잘 샀어"라고 했다. 아내는 "$30 쓰러 나가서 $60을 쓰고?"라고 했다. 빌의 대답은 "어쨌든 $120은 안 썼잖아"였다.
선택지가 하나였다면 빌은 $30짜리를 사거나 사지 않았을 것이다. 세 가지 선택지가 생기면서 그는 권한을 부여받은 느낌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중간을 골랐다.
빌 비숍은 이를 '세 가지 박스 기법'이라고 불렀다.
"전형적인 펭귄은 오직 한 가지 선택안만 제시한다. 이는 살 것이냐 말 것이냐만 결정하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지 않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다. 그게 더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애플도 같은 원리를 쓴다. 아이폰 출시마다 16G, 64G, 128G 세 가지 용량을 제공하고, 각각 $100 차이를 둔다. 메모리 칩 원가 차이가 $100씩 날 리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16G는 너무 작지 않을까?"라는 불안과 "128G는 너무 비싸다"는 부담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64G를 고른다.
실전 적용: 가격 재설계
이 전략에 착안해서, 당시 두 가지 가격대로 운영하던 제품을 세 가지로 재편했다.
- 고가 (전체 상품 중 20%): ₩129,000
- 중가 (재고 수량이 가장 많은 60%): ₩109,000
- 저가 (재고가 끊긴 20%): ₩89,000
의도는 단순했다. 주력으로 팔고 싶은 ₩109,000 제품을 '합리적인 중간 선택'으로 인식시키는 것. 가격을 올렸음에도 기존과 유사한 구매 전환율을 유지하면서 전체 ROAS를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
구조를 설계할 때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고가와 저가의 차이가 너무 작으면 소비자가 구도를 인식하지 못한다. 최소 30~50% 이상의 가격 차이가 있어야 '비싸다' '싸다'는 느낌이 생긴다. 둘째, 저가 제품은 재고가 소진된 타이밍에 맞춰 자연스럽게 빠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 중 가장 저렴한 게 이미 없는 상태가 된다. 셋째, 광고 소재는 여전히 ₩109,000짜리를 메인으로 노출했다. 고가 제품은 비교 기준으로만 존재하게 했다.
가격을 올린 게 아니라, 기존 가격을 '합리적인 중간값'으로 재배치한 것이다.
돌아보며
선택지가 1개면 소비자는 '살까 말까'를 고민한다.
선택지가 3개면 '어떤 걸 살까'를 고민한다.
이 차이가 전환율을 바꾼다.
광고 집행보다 가격 설계가 먼저다. 소비자에게 어떤 비교 구도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같은 제품도 다르게 인식된다. 세 가지 박스는 가격을 올리는 전략이 아니라, 소비자의 심리적 기준점을 설계하는 전략이다.
2주간 테스트를 진행했다. 결과는 다음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