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클로도 안 써봤는데"

지난주 스레드에서 어떤 글을 보고 손이 멎었다.

"오픈클로 정리하고 헤르메스로 갈아탔어요. 어제 짜던 컨텍스트를 오늘도 그대로 기억합니다. 쓸수록 제 작업 패턴을 학습하고요. 게임체인저예요."

hermes claw migrate 명령어 스크린샷 한 장. 좋아요 1.2천. 댓글 80개. "저도 이번 주말에 옮길게요." "공유 감사합니다." "역시 빠르시네요."

나는 아직 오픈클로도 안 써봤다. 클로드 코드도 잘 쓰기 어렵다.

기능을 다 익혀도 잘 쓰는 게 아니다. 본인 일이 그 도구로 어디까지 풀리는지 보는 데 시간이 든다. 1년이 가도 매주 새로 알게 되는 건 도구가 아니라 내 일이다.

AI 도구는 매주 새 이름이 뜬다.

3월 19일 Cursor가 Composer 2를 출시했고, 2주 뒤 Cursor 3가 agent-first 환경으로 통째로 리빌드됐다. 4월 15일 Cognition AI가 Windsurf 2.0에 Devin Cloud 에이전트를 빌트인했고, 같은 달 28일 Lovable이 iOS와 안드로이드 앱을 출시했다. 음성으로 vibe coding 하라고. 그리고 지난주 5월 7일, Nous Research가 헤르메스 에이전트 v0.13.0을 풀었다. "쓸수록 자기 패턴을 학습하는 에이전트"라는 슬로건. 10주 만에 GitHub 별 11만 개. 2026년 최단기 성장 에이전트 프레임워크.

이 모든 게 두 달 사이 일이다. 안 써본 도구의 후속 도구가 벌써 게임체인저가 된다.

피드는 도구 출시 속도보다 더 빠르다.

스레드, X, 링크드인 — 어디를 켜도 새 도구 추천이 매일 쏟아진다. 같은 도구 이름이 사이버렉카처럼 인용글로 돌고, 며칠 지나면 또 다른 이름이 뜬다. SaaS 트래커 한 곳에 따르면 기업당 신규 SaaS 구독 추가가 1년 만에 8배가 됐다. 월 53건에서 월 401건. AI 도구가 전체 SaaS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개월 만에 8.8%에서 26.4%로 세 배가 됐다.

광고 카피는 다 비슷하다. "10x 생산성 또는 도태." "이걸로 갈아타지 않으면 뒤처집니다." "이번 주 안에 안 옮기면 늦습니다."

본업이 따로 있는데 새 도구를 다 시험해볼 시간은 없다. 그래도 안 따라가면 진짜 뒤처지는 것 같다.

AI 포모.

솔직히, 이런 풍경 앞에서 매번 멈칫한다.

그날 저녁에도 한참 봤다. 헤르메스 GitHub로 점프해서 README를 읽고, 별 11만 카운터를 확인하고, curl 한 줄 설치 스크립트도 봤다. 오픈클로도 한 번 안 깔아본 사람이, 벌써 그 후속 세대 README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런 풍경이 익숙하다. 광고 카피가 한 방향을 가리킬 때, 인용글이 사이버렉카처럼 돌 때, 옆에서 누가 "이거 봤어?" 하고 던질 때. 매번 같은 자리에서 멈칫한다.

작년에는 LLM-옵시디언 연동으로 세컨브레인을 만든다는 트렌드가 한 차례 돌았다. cmux, tmux 같은 터미널 멀티플렉서 셋업도 휩쓸었다. 깃헙 트렌딩은 매주 새 이름을 띄운다. 그때마다 일단 README는 열어봤다.

그 흔들림이 다 나쁜 건 아니었다. 옵시디언 세컨브레인은 결국 직접 만들어서 매일 굴리고 있고, 몇 개는 본업 도구로 자리를 잡았다. 흔들림이 자기 문제를 또렷하게 한 경우가 있다.

다만 며칠 들이고 끝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얼마 전 tmux 셋업이 그랬다.

tmux 사건

2주 전 일이다. tmux를 따라 깔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노트북 RAM이 빠듯했다. IDE를 5창 띄우면 6~12GB가 잠긴다. 누가 "WSL + tmux로 옮기면 RAM 절반"이라고 했다. 가야 할 것 같았다.

Windows에 tmux를 굴리려면 WSL을 거쳐야 한다. Windows Terminal 프로필을 프로젝트별로 13개 만들어서 세션을 분리했다. AutoHotkey로 캡처-경로-입력 단축키를 짰다. WSL bash에 폴더 점프 함수를 박았다. Claude Code 인증을 심볼릭 링크로 공유했다. AHK v2의 multiline string 이슈에 막혀서 PowerShell 스크립트를 별도 파일로 분리했다. Win+Alt+V 3키 조합으로 단축키를 확정하기까지 충돌도 몇 번 거쳤다.

며칠이 들어갔다.

막상 다 굴렸더니, IDE 다창 패턴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환경 구축이 본업이 됐다. 도구를 옮기느라 도구를 만들고 있었던 셈이다. 그동안 본업에서는 데이터 크롤러 하나가 24시간 멈춰 있었고, 그 사실을 다음 날에야 알았다.

포모로 시작한 도구는 대개 그렇게 끝난다.

1년의 변천사

도구를 옮긴 게 아니라 정착한 것이다.

작년 이맘때 TubeScout를 만들었다. 마개이너 스터디 공유회에서 8시간짜리 바이브코딩 첫 작품. 그때 도구는 Cursor + Gemini였다. 클로드 코드도, Antigravity도 안 써본 시점.

1년이 흘렀다. 그 사이 새 도구가 수십 개 떴다. 옮긴 건 두 번이다.

Cursor + Gemini → 클로드 코드 (코드베이스 직접 접근이 필요해졌을 때). 거기에 Antigravity 추가 (Gemini의 프론트엔드 작업 결이 따로 필요해졌을 때).

옮긴 이유가 같다. 두 번 다 내가 지금 못 풀고 있는 문제가 그 도구로 풀렸기 때문이다. 만들고 있던 시스템에서 한계가 보였고, 그 한계를 메우는 도구가 새로 나왔다. 그래서 옮겼다.

옮길 뻔하다가 안 옮긴 건 훨씬 많다. tmux도 그중 하나. 오픈클로도 그중 하나. 어떤 건 5분 검토하고 끝났고, 어떤 건 며칠 들였다가 끝났다.

기준이 하나다. 내 문제 중 안 풀리는 게 풀리는가. 그 외에는 다 광고 카피였다.

6개의 시스템, 6개의 도구

1년 사이 만든 시스템을 세어보니 6개다. 도구가 6개 다 다르다.

ONE STOCK은 클로드 코드 (ERP 코드 직접 수정 필요). SIGNAL은 Playwright + 메일 파싱 (API 없는 채널 우회). TubeScout는 Cursor + Gemini (1년 전 손에 있던 거). 올리브영 모니터는 Google Sheets (DB 없이 가볍게). Discord AI 5인 팀은 클로드 코드 디스코드 플러그인 (오픈클로 안 고른 이유는 Discord 글에 적었다). 외출 중 작업 환경은 폰 ↔ 디스코드 브리지 (책상에서 분리).

같은 사람이 만들었는데 도구가 다 다르다. 한 도구로 다 풀려고 안 했다.

도구를 잘 쓰는 게 도구를 많이 아는 거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다. 1년 사이 알게 된 건 반대였다. 자기 문제를 정확히 보는 사람이 어떤 도구를 어느 자리에 둘지를 안다.

균형감

새 도구가 뜨면 5분 빠진다. 한 줄 정보만 본다. "이거 뭘 푸나" / "내 문제 중 지금 안 풀리는 게 있나." 그 둘이 안 만나면 거기서 끝.

그렇게 한 줄로 끝낸 도구가 훨씬 많다. 환경 구축에 며칠 들이는 일도 가끔 있다. 다만 그 며칠은 내가 정한 며칠이지 남이 떠민 며칠이 아니다.

포모는 안 해본 사람의 환상이다. 직접 만들어보면 도구가 답이 아니라는 게 보인다. 그 자리에 자기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도구는 거울이다

도구가 매일 뜨는 게 아니라, 매일 흔들리는 내가 새 도구를 매일 보는 것이다.

흔들림의 원인은 도구가 아니라 정의되지 않은 자기 문제였다. 자기 문제가 명확하면 도구가 답이 아니라 거울이 된다. 도구를 검토하다 보면 자기 문제가 더 또렷해지기 때문이다. 자기 문제가 흐릿하면 도구가 답처럼 보이고, 매번 옮기게 된다. 그래서 매번 흔들린다.

1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도구는 답이 아니라 거울이라는 것. 거울을 답이라고 믿었다면 1년 사이 도구를 6번은 옮겼을 거다. 사실은 두 번 옮기고 정착했다.

도구 리스트 vs 문제 리스트

AI 포모 시대에 마케터가 매일 추가해야 하는 건 도구 이름이 아니라 풀어야 할 문제다.

도구는 매일 뜬다. 내 문제는 그대로다. 더 정확히는, 내가 정확히 정의하지 않으면 그대로 있다.

도구 리스트를 늘리는 사람과 자기 문제 리스트를 늘리는 사람이 있다. 1년 사이 마케터로서 살아남는 길은 후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