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터 정해야 했다
주방용품 브랜드를 만들기로 하고 제일 먼저 부딪힌 질문은 소재였다. 뭘로 만들 건가.
소재가 안 정해지면 생산처도 못 찾고 가격도 못 짠다.
무쇠 쿡웨어를 넓게 훑었다. 전통 주물 방식 캐스트아이언, 단조 방식 강철팬, 요즘 뜨는 질화철까지.
시장 규모와 성장 가능성만 보면 질화철이 제일 매력적이다. 니치 시장으로 들어갈 거면 탄소강이 맞다.
소재를 고르는 건 팬 하나 고르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구에게 어떤 포지션으로 팔지가 여기서 같이 정해진다.
판단 근거는 소재마다 달랐다.
1. 무쇠 (Cast Iron)
탄소 함량이 1.7% 이상인 철이다. 주철과 고철을 녹여 거푸집에 부어 만든다.
논코팅 전통 무쇠
아마씨유나 참기름을 발라 고온에서 시즈닝한다. 이걸로 녹을 막고 음식이 덜 눌어붙게 한다.
- 장점: 열을 오래 유지한다. 철분을 같이 섭취할 수 있다
- 단점: 무겁다. 녹이 잘 슬어서 시즈닝을 자주 해야 한다

코팅 무쇠 (무쎄, 스타우브 등)
도자기 유약(에나멜)을 입혀서 코팅이 깨지기 전까지는 녹이 안 슨다.
- 장점: 열을 오래 유지한다. 시즈닝이 필요 없다
- 단점: 무겁다. 철분은 섭취할 수 없다

무쇠 키워드 분석
롯지 같은 수입 상품을 빼면 검색량에 비해 등록된 상품 수가 훨씬 많다. 수요보다 공급이 앞서 있는 시장이다.
무쇠 시장 평가
| 항목 | 논 코팅 무쇠 | 코팅 무쇠 |
|---|---|---|
| Market Size | 코팅 우위 | |
| Unmet Needs | 논 코팅 우위 | |
| 바이럴 | 논 코팅 우위 | |
| 다루기 쉬움 | 코팅 우위 | |
| CS/CX 안정성 | 코팅 우위 |
재래 무쇠 공정은 자동화된 무쎄, 스타우브를 따라갈 수 없다. 조금 만들어 조금 파는 구조라 한계가 있고 규격을 맞추기 어려워 CS 리스크도 크다. 근데 전통 무쇠의 "수작업" 스토리는 콘텐츠로 만들어 퍼뜨리기엔 좋다.
2. 철 (Steel)
탄소 함량 1.7% 미만이다. 무쇠보다 얇게 만들 수 있고 시즈닝도 비교적 쉽다.
논코팅 철
유통 중에 녹이 슬지 않게 얇은 코팅을 입혀 출고한다. 쓰기 전에 세게 달궈서 그 코팅을 태워 없앤다. 그다음부터는 요리할수록 기름이 타서 생기는 막이 코팅 노릇을 한다.
- 장점: 열 전달이 빠르다
- 단점: 시즈닝을 자주 해야 한다. 초보자에게는 어렵다

질화철
질화처리는 강 표면에 질소를 침투시켜 단단하게 만드는 특수 열처리다. 부식이 느려지고 표면 경도가 올라간다. 시거나 짠 음식을 오래 담아 두면 녹이 슬 수 있어 가끔 시즈닝은 해야 한다. 그래도 일반 논코팅 철보다 관리가 훨씬 쉽다.
- 장점: 열이 빨리 전달된다. 질화 시즈닝을 마친 상태로 출고돼 초보자도 바로 쓸 수 있다
- 단점: 가끔 시즈닝을 해야 한다

철팬 키워드 분석
'철팬' 키워드는 아직 검색량이 적다. 사람들에게 낯선 시장이다. 근데 일본 질화철 쿡웨어 키와메웍은 등록 상품 수에 비해 검색량이 훨씬 많았다.
국내에서 질화철을 제일 잘 파는 800도씨의 피드백 게시판을 읽어 봤다.
1~2인용 사이즈 '쁘띠웍'을 찾는 사람이 분명히 있었다.
1~2인 가구에 맞는 크기라 볶음부터 찌개까지 두루 쓴다. 수요는 이미 있는데 거기 딱 맞는 국내 브랜드가 없었다.
질화철이 가장 매력적이다
국내 소비자는 보통 이 순서로 팬을 바꿔 간다.
코팅팬 → 스테인레스팬 → 무쇠팬 → 철팬
질화철은 이 순서 중간에서 "무쇠보다 쉽고, 코팅팬보다 건강한" 팬으로 포지션을 가져갈 수 있다. 시즈닝 문턱을 낮춰서 초보자가 쓰면서 성공 경험을 쌓게 하는 구조도 짤 수 있다.
돌아보니
질화철 시장은 아직 작다.
작으니까 먼저 들어갈 여지가 있다.
질화철은 매력적인 소재였다. 근데 소재를 정하기 전에 시장 전체를 먼저 봐야 했다. 어떤 카테고리가 커지고 있는지, 소비자가 뭘로 넘어오는 중인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다음 조사는 스테인레스 쿡웨어 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질화철보다 훨씬 큰데 아직 독보적인 플레이어가 없는 시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