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번 조회된 그 사진 속 장면, 실제로 있었던 일일까
지난 주말 프랑스 시위에서 제일 많이 퍼진 사진 중 하나는 약탈범에게 옷을 빼앗기고 길바닥에 주저앉은 80대 노부부 사진이다. 이 사진을 잘라 다시 올린 게시물 하나만 600만 번 넘게 조회됐고 경찰 간부 노조 계정까지 이걸 퍼 날랐다.

사진 속 일은 일어난 적이 없다. 파리 검찰에는 신고가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고 사진에서는 AI로 만든 흔적이 나왔다.
반대로 진짜 있었는데 거의 눈에 띄지 않은 일도 있다. 같은 날 프랑스 전역에서는 50만 명 넘는 사람이 평화롭게 행진했다. 발렌시아대에서 저널리즘을 연구하는 사라 가르시아 산타마리아는 이 행진이 약탈 보도에 "완전히 가려졌다"고 썼다.
1991년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라는 글을 썼다. 전쟁이 없었다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겪은 건 TV 화면 속 전쟁뿐이었다는 얘기다. 35년 뒤 그의 나라에서는 거꾸로 된 일이 벌어졌다. 일어난 적 없는 노부부 피습이 600만 번 조회되는 사진으로 돌았는데 50만 명이 실제로 걸은 행진은 화면에 거의 잡히지 않았다.
요즘은 사건을 거리에서 겪기 전에 피드에서 먼저 본다. 이번 시위에서는 그 피드에 웃긴 밈이 먼저 돌았고, 가짜 사진이 같은 경로로 뒤따랐다.
출발은 9월 중순이다.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학교 환경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왔다. 판이 커진 건 10월 17일이다. 물가에 항의하는 사람들과 노란 조끼, 노조까지 붙으면서 전국 행동의 날이 됐다. 대부분은 평화롭게 걸었지만 일부 지역에서 약탈과 방화가 터져 그날 하루에만 2,397명이 체포됐다.
밈은 이 시위를 어떻게 키웠나
10월 17일 시위에 불을 붙인 것 중 하나는 "V2"라는 청년이 올린 틱톡 영상이었다. 유류비 인상에 맞서 거리로 나가자는 내용이다. 좋아요만 50만 개 넘게 붙었다.
고등학생들은 처음부터 인터넷 말투로 시위했다. 틱톡 유행어 "6-7"을 넣어 "르코르뉘, 넌 끝났어, 6-7이 거리에 있다"고 외쳤다. 경찰이나 교장 앞에서는 번갈아 포즈를 잡고 겨루는 "아우라 배틀"까지 벌였다. 한 학생은 AFP에 이렇게 말했다. "밈으로 웃긴 팻말을 만들면 덜 무서워요. 친구들이랑 웃게 되거든요."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만화 원피스의 해적 깃발이 1789년 혁명을 흉내 낸 손팻말 위로 펄럭였다. 이 깃발이 걸린 건 처음이 아니다. 2025년 인도네시아, 필리핀, 네팔, 마다가스카르의 Z세대 시위에 먼저 걸렸고 결과도 작지 않았다. 네팔에서는 총리가 물러났고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시위 끝에 군이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거친 깃발이 1년 만에 파리까지 온 거다.
솔직히 이 깃발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는다. 유류비가 얼마나 올랐는지도, 교실이 얼마나 비좁은지도 알려 주지 않는데 사람들은 그 깃발 아래로 모였다.
유발 하라리는 『넥서스』에서 정보의 본질이 현실을 그리는 데 있지 않고 흩어진 점들을 잇는 데 있다고 썼다. 기호학자 프랑수아 조스트도 젊은 세대에게 유머는 서로를 알아보는 방식이라고 했다. 밈은 진실을 싣지 않고도 사람을 모으는데, 이번 시위를 처음 움직인 것도 그 힘이었다.
문제는 이 경로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이 아닌 이미지도 같은 경로를 타고 똑같이 퍼진다.
가짜는 어떻게 밈과 같은 길로 퍼졌나
핑크 팬더 이미지가 그 길을 그대로 탔다. BBC가 그중 한 장의 출처를 따라가 보니 허구 캐릭터를 AI로 그려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나왔다. 작품으로 올라간 그림이 "French protests are absolute cinema" 같은 문구를 달고 돌면서 "작품"이라는 꼬리표가 떨어져 나갔고 그다음부터는 실제 시위 사진 행세를 했다.

소셜 미디어 연구자 앨리스 마윅과 다나 보이드는 이런 일을 "맥락 붕괴"라고 불렀다. 따로 있던 여러 청중이 한 피드에 겹치면서, 한 무리를 염두에 두고 올린 글이 전혀 다른 무리에게 그대로 닿는 현상이다. AI 아트 팔로워를 보고 올린 그림이 시위 소식을 찾던 사람들 피드에 뜬 순간, 그걸 작품으로 읽을 단서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네덜란드 영상 감독 Wytse Koetse가 만든 "파리 시티 투어"는 불타는 거리를 배경으로 파리를 관광 광고처럼 소개하는 78초짜리 풍자다. 본인이 "AI 풍자"라고 분명히 밝혔고 조회수는 384만 회다. 다만 그 한 줄은 원게시물 캡션에만 있어서 영상만 잘라 퍼 가면 꼬리표가 거기서 끊긴다.
꼭대기에 팔레스타인 깃발이 꽂힌 에펠탑 영상도 AI로 만든 가짜다. 한 계정이 포르투갈어로 "마크롱, 당신이 파리를 망가뜨렸다"는 문구를 달아 올렸는데 그 게시물 하나만 580만 번 조회됐다. 미국 계정들은 같은 영상에 "파리가 함락됐다. 미국이여 깨어나라"를 붙여 남의 나라 시위를 자기 나라 얘기로 바꿔 놓았다.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외국 정치인들은 이 폭동을 무슬림 이민자 탓으로 돌렸다.
진짜 있었던 일도 부풀려졌다. 리모주 시청 종탑이 불에 무너진 건 사실이고 그 사진은 이번 시위의 얼굴이 됐다. 근데 숫자는 기관마다 달랐다. 약탈자 수를 마르세유 관할 도청은 3만 명, 마르세유 시청은 1,000~1,500명으로 봤다. 같은 도시를 두고 스무 배에서 서른 배까지 벌어진 숫자다. 한 방송 진행자가 시위대가 유대인 상점 주소를 갖고 있었다고 하자 지역 유대인 단체장은 "모든 가게가 당했다"고 반박했다.
하라리는 2023년 이코노미스트 기고에서 말과 이미지를 다룰 줄 알게 된 AI가 "우리 문명의 운영체제를 해킹했다"고 썼다. 예전에는 아무리 자극적인 장면도 누군가 현장에서 찍어야 나왔는데 노부부 사진은 찍은 사람도, 일어난 사건도 없이 나왔다. 거짓이 진실보다 빠른 건 원래부터였다. MIT 연구에 따르면 진실이 1,500명에게 닿는 데 거짓보다 약 6배 오래 걸렸다. 이제는 그 빠른 쪽에 실을 이미지를 AI로 거의 비용 없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진짜 영상도 왜 "AI 아냐?" 소리를 들었나
10월 21일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일어나지 않은 장면을 보여 주는 AI 이미지"를 보고 발언한 외국 정상들을 "멍청하다"고 했다. 다만 마크롱은 어떤 이미지를 두고 한 말인지, 그게 가짜라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반격은 같은 날 X에서 바로 나왔다. 한 계정이 올린 글은 이랬다. "이걸 지어낼 수도 없다. 마크롱이 프랑스 폭동 장면이 AI로 만든 거라고 주장한다." 20만 번 넘게 조회된 이 게시물에는 "안티들은 이것도 AI라고 하겠지"라는 댓글이 달렸다.
마크롱은 "AI 이미지"라는 말로 상대가 내민 장면을 부정했고, 반대편은 "AI라고 우긴다"는 말로 그 부정을 다시 부정했다. 두 쪽 모두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법학자 로버트 체스니와 대니엘 시트론은 2019년 논문에서 이 현상을 "거짓말쟁이의 배당"이라고 불렀다. 딥페이크가 흔해질수록 진짜 증거 앞에서도 거짓말하는 쪽이 "그거 가짜잖아" 한마디로 빠져나가기 쉬워진다는 뜻이다. 두 사람은 딥페이크의 위험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질수록 이 배당이 오히려 커진다고 봤다. 이 논리대로면 이번 주 쏟아진 "AI 가짜 사진 조심" 기사들도 그 배당을 같이 키운 거다.
하라리는 정보가 많을수록 진실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을 순진하다고 보는데, 그 주말이 그 말을 그대로 보여 줬다. 프랑스 시위를 찍은 사진과 영상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근데 사람들은 진실에 가까워지는 대신 믿고 싶은 걸 골라 믿었다.
이 사건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하나. 꼬리표는 캡션이 아니라 콘텐츠 안에 넣는다. 핑크 팬더 그림은 AI 아트 계정에 작품으로 올라갔고, 「파리 시티 투어」를 만든 Wytse Koetse는 AI 풍자라고 캡션에 적었다. 그래도 퍼지는 동안 살아남은 건 이미지와 영상뿐이었다. 브랜드 캠페인도 맥락 붕괴를 피하지 못한다. 그래서 밈 소재를 만들 때는 이미지 한 장이나 영상 몇 초만 잘려 나가도 누가 왜 만들었는지 읽히는지부터 확인한다. 로고와 출처를 화면 안에 넣는 이유도 디자인 취향보다 오독을 막는 데 있다.
둘. 위기 때 "AI 조작" 카드는 꺼내지 않는다. 우리 제품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사진이 돌면 "AI 아니야?"라고 받아치고 싶어진다. 증거 없이 그렇게 받아치면 거짓말쟁이의 배당을 챙기려는 것과 같다. 사진이 진짜로 밝혀지는 순간 신뢰는 사건 자체보다 더 크게 깎인다. 거꾸로 우리가 진짜 해명 영상을 올려도 이제는 의심부터 받는다. 그래서 증명은 사건이 터진 뒤가 아니라 그 전에 쌓아 둬야 한다. 콘텐츠 출처 표준 C2PA는 사진과 영상이 언제, 어떤 도구로 만들어졌고 어떻게 편집됐는지를 파일에 서명해 붙인다. 표준을 만든 쪽은 이 정보가 디지털 콘텐츠의 "영양 성분표"처럼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공식 촬영물에 이 정보를 붙여 꾸준히 내 온 브랜드라면 일이 터졌을 때 "우리 원본은 여기 있다"고 가리킬 곳이 있다.
모두가 늘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면, 그 결과는 당신이 거짓말을 믿는 게 아니라 이제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게 되는 것이다. … 더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국민은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한나 아렌트, 1974년 로제 에레라와의 인터뷰
나는 다음에 자극적인 사진이 돌면 "진짜야?"보다 "누가, 왜 이 장면을 골랐지?"를 먼저 물어볼 생각이다.
프랑스 시위 이유는 무엇인가요
출발점은 9월 중순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진 고등학생 시위다. 학교 환경에 불만이 컸던 학생들이 먼저 거리로 나왔다. 10월 17일에는 이 시위가 물가 항의, 노란 조끼, 노조와 합쳐져 전국 행동의 날이 됐고 50만 명 넘게 행진했다.
프랑스 시위 때 퍼진 AI 가짜 사진은 무엇이 있었나요
약탈범에게 옷을 빼앗겼다는 80대 노부부 사진, 시위대 한가운데 선 핑크 팬더 이미지, 꼭대기에 팔레스타인 깃발이 꽂힌 에펠탑 영상이 대표적이다. 노부부 사진은 파리 검찰에 들어온 신고가 한 건도 없었고 이미지에서 AI 생성 흔적까지 확인됐다.
AI 가짜 사진 때문에 진짜 사진까지 의심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법학자 체스니와 시트론이 말한 "거짓말쟁이의 배당" 때문이다. 딥페이크가 흔해질수록 진짜 증거 앞에서도 거짓말하는 쪽이 "AI로 만든 것"이라고 몰아붙이며 빠져나가기 쉬워진다. 프랑스 시위 때는 마크롱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의 발언을 AI 이미지 탓으로 돌리자 반대편은 진짜 폭동을 AI라고 우긴다며 그 말을 다시 받아쳤다.
프랑스 시위에 왜 원피스 깃발이 나왔나요
원피스 해적 깃발은 2025년 인도네시아, 네팔, 마다가스카르 등 Z세대 시위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쓰였다. 같은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라 나라가 달라도 같은 깃발을 집어 들었다.